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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아이텔(1971-): "전 항상 사람이 오브제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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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아이텔(1971-): "전 항상 사람이 오브제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ㅎ씨 2024. 1.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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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의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 중 한 명인 팀 아이텔(Tim Eitel).

 

 

팀 아이텔의 회화

 

 

팀 아이텔의 회화

 

 

팀 아이텔의 작업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날은 2018년 2월 학고재 갤러리에서였다.

당시 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들로 기획한 그룹전 형식의 전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위 그림들을 보자마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숱하게 회화의 죽음, 특히 구상회화의 흥망을 말해왔던 미술의 역사였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구상회화란 죽지 않고 건재함을 증언하는 작업과의 만남과 같았달까?

나는 위 그림들을 통해 팀 아이텔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팀 아이텔은 나에게나 낯설었을 뿐, 한국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작가였다. 특히 국내 많은 도서의 책 표지 삽화로 그의 작업들이 자주 사용되었던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았다.

 

작년엔 대구미술관에서 20년간의 작업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는 대규모 전시를 하기도 했었다.

 

   

2021년 1월 학고재 갤러리에서 다시 만난 팀 아이텔의 작업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통일 독일 이전 동독 지역에 위치한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으로 공부한다. 그리고 같은 대학 출신의 작가들과 구상회화 그룹인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결성, 활동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 동료 작가들과 함께 베를린에 갤러리 리가(Galerie Liga)를 설립한다. 그리고 이후 점차 자신의 이름을 미술계에 알리게 된다.

그는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다가 돌연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와 같은 행로에 큰 영향을 끼친 일로 그는 슈투트가르트의 슈타츠 갤러리(Staats Galerie)에서 열린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고전을 언급한다. 물론 그 전에도 스케치나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베이컨 전시를 본 이후로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렇게 프란시스 베이컨의 전시는 내게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의 창작 정신 중 흥미로운 한 가지는 화면 내에서 구상과 추상에 대한 인식론적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색면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색면들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구체적인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환영적 요소로 다가오는가 하면 공간감을 상실하고 회화의 물리적 본질로서의 평면성을 느끼게 하는 순수 조형적 요소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들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친숙했다가 낯설어지고 낯설었다가 다시 친숙해진다. 그가 구성해 낸 하나의 화면은 장대한 미술사에서의 거대한 축, 즉 재현의 역사에서부터 추상의 역사까지의 그 길고 긴 정신과 시도들을 담고있어 보인다.

그가 구성해 낸 화면의 인식적, 해석적 모호함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어떤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는 이미지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흥미롭게 여기며 이와 같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공간의 모호함을 좋아해요."

 

"나는 항상 사람들이 그들에 대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 때가 좋아요. 그래서 내 그림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상관이 없는 다른 해석을 들을 때에는 항상 흥미롭죠."

 

 

 

 

대개 그의 그림에는 인물 없이 배경만이 그려지거나 극히 제한적인 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주로 한 명이거나 둘 혹은 셋 정도일 뿐이다. 물론 그 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업들도 있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이라 할지라도 이상하리만치 그림 속에는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극적이게 정적인 분위기가 화면을 채우고 있다.

그것은 비단 제한적인 수의 인물의 등장만으로 그런 인상을 자아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인물이 정면이 아닌 뒷모습이거나 정면이라 할지라도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로 등장을 하고 정지된 운동감으로서의 인물의 포즈와 크고 단순하고 그래서 공허한 배경과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인상일 것이다.

 

 

 

 

 

 

현재 학고재 갤러리 소속 작가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에서 그의 작업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저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습니다." - 팀 아이텔

 

 

 

 

 

 

 

 

 

-참고 영상

대구 미술관 : 'Tim Eitel - Untitled (2001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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